천리안.유니텔.하이텔 등 6대 PC통신사에 취업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김시출(金時出.33)씨는 실직후 소호(SOHO.소규모 재택사업)창업으로 재기했다. 金씨의 성공은 \'맑은 날 우산을 사두는\' 준비와 \'익숙한 곳에서 길을 찾는\' 신중함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 미리 준비했다〓연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金씨는 1994년 여성전문케이블TV인 동아TV에 PD로 입사했다.
입사 후 2년 가량의 바쁜 조연출 생활을 벗어나 편성기획을 담당하면서다소 시간이 생긴 그는 당시 한창 뜨던 IP(정보제공)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케이블TV가 난립하면서 동아TV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점도 IP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96년 10월에 일단 \'IP월드\' 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두고, 틈틈히 매스컴취업 관련 정보를 챙기기 시작했다.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입학하며 공부도 계속했다.
곧이어 외환위기가 닥치며 직장이 흔들리자 그는 본격적으로 IP사업에 매달렸다. 장비는 집안에 있던 1백만원짜리 486급 PC한대와 전화선이 전부.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밤새워 사업제안서를 작성, PC통신사에 제출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98년 봄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그만 두고 한 달이 지나서야 하이텔로부터 IP업체로 채택됐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고생끝에 받아든 첫 달 수입은 겨우 21만3천원으로 전화비조차 안되는 것이었다.
\"너무 실망해 한의사가 되려고 수능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기가 생기더군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자료보강에 힘썼습니다. 차츰 조회수가 올라가면서 다른 PC통신사로부터도 연락이 오더군요\"
해를 넘기며 겨우 궤도에 올라선 그는 매스컴취업뿐만 아니라 재택취업.창업정보 등으로 아이템을 늘렸고, 99년 말에는 5백만원을 들여 서울 성동구의 한 벤처타운 내 5평짜리 사무실로 옮겼다.
◇ 아는 아이템에서 길을 찾자〓金씨는 짧다면 짧은 3년반 동안의 방송사 경험을 십분 살렸다. 직장을 그만 두기 전에 틈틈이 자료를 모았고, 퇴직 후에는 그동안의 인간관계를 이용해 매스컴취업 정보를 수집했다. 전직 잡지사 기자인 아내와 함께 네티즌들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토론하고 궁리했다.
자료는 신문, 인터넷, 도서관을 뒤져 찾았고, 방송아카데미.언론관련단체 등을 무작정 찾아가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차츰 이름이 알려지면서 먼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곳도 늘어났다.
金씨는 인터넷 전용선 보급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PC통신사를 이용하는 IP사업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8월 자체 홈페이지(http://www.mediajob.co.kr)를 열어 CP(컨텐츠 프로바이더)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혼자 하던 일도 지금은 웹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등 5명의 직원과 같이 하고 있다. 월 매출은 IP수입과 인터넷회원들의 회비와 홈페이지 배너광고 등을 합쳐 1천5백만원선이며, 인건비.사무실 경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매출의 30~40%선.
\"소호를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면 곤란합니다. 일단 자신있고 익숙한 아이템을 찾아 고객의 요구에 맞게 가꾸는 데서부터 출발해야죠. 끊임없이 구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
[이현상 기자 - leeh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