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과정 준비요령 


이름 : 김상훈 
나이 : 1977년생 
학력 : 서울대 서어서문학졸 
입사일 : 2003년 12월 동아일보 입사 
부서 : 경제부 기자 


인턴과정은 ‘이제 거의 다 됐다’고 안심할 합격자들을 위한 마지막 복병입니다. 
동아일보의 서류전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필기전형은 ‘황당하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1차 면접은 극도의 긴장감과 어이없는 박장대소를 함께 겪어야 하는 ‘냉온탕’ 관문입니다. 

하지만 인턴과정에 비하면 모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미 최종관문인 인턴과정까지 올라온 모든 응시생들은 서로의 ‘내공’에 대해 확인 작업을 마쳤습니다. 아무래도 경쟁자들이 자신보다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수끼리의 한판 대결, ‘화산논검’을 앞둔 응시생 여러분들은 불안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고수’들과의 싸움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중원의 막내인 제가 몇가지 살아남는 방법을 귀띔합니다. 

지난해 인턴과정은 1박4일로 진행됐어요. 올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목-금요일은 출퇴근, 토-일요일은 합숙을 하겠죠. 크게 <기사작성-영어회화-집단토론-5분스피치-‘+α’>의 과정일 겁니다. 

▽일단 주의!=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다양한 지식이 단연 돋보였던 ‘초절정고수’ 중 한명이 첫날 지각을 했습니다. 최종결과는 불합격. 지각이 불합격의 이유는 아니었지만 첫 인상은 정말 중요합니다. 

▽기사작성=인턴기자로 동아일보 신분증을 받은 응시생들은 사회 경제 문화 국제 기사를 작성하는 시험을 보게 됩니다. 주어진 시간은 사회와 경제 기사 등 ‘현장취재’가 요구될 경우 5시간 내외. 문화 기사와 국제기사는 더 짧은 시간 동안 써야 합니다. 
좋은 기사를 쓰는 법은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선명한 주제, 한글 워드프로세서에서 2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간략한 문장' 등의 원칙에 충실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취재하면서 ‘나는 기자’라는 당당함으로 ‘부끄럽다’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세요. 
현장 취재에서건 인터뷰에서건 구체적으로 당당히 물어봐야 합니다. 기자가 궁금하면 독자도 궁금합니다. 응시생 여러분이 쑥스러워 질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심사위원들은 그 부분만 궁금해 하게 됩니다. 당연히 감점이죠. 

▽영어회화=외국에서 연수라도 마쳤어야 했나 뒤늦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토익 점수도 이 모양이고 회화도 잘 못하지만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누구보다 잘했을 것”이라는 한마디로 합격한 선배도 있습니다. 
긴장 풀고 편안하게 간단한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알아듣지 못하면 되묻고 말이 잘 안 나오면 웃으며 손짓발짓을 하세요. 긴장해서 포기하는 게 가장 나쁩니다. 

▽집단토론=어차피 주제도 비공개고 참고할 자료도 없습니다. 지식을 과시하려 해도 역공 당하기 쉽고 근거를 댈 수 없으니 스스로 자신감도 부족하게 됩니다. 차라리 상식 수준에서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세요. 
그리고 주장은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하세요. 이라크 파병 문제라면, ‘난 반대’ 식의 논리로는 토론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특전사 정예요원들이 중화기로 무장한 채 실전과 다름없는 충돌을 염두에 두고 파병되는 것은 반대’ 식으로 상대와 토론의 여지를 남겨 두라는 거죠. ‘파병은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면 ‘무조건’이라는 말에 상대는 토론을 포기합니다. 

▽5분스피치=5분간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 줄 이야기를 ‘순발력있게’ 해야 합니다. 무작위의 키워드가 뽑혀 나오면 그 키워드에 맞춰 5분간 얘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재미없는 얘기를 했는데도 여기서 일하게 됐습니다. 역시,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α’=‘술’을 걱정하는 응시생들이 그렇게 많습니다. 술을 못 이긴다면 그냥 못 마신다고 말하고 마시지 마세요. 술을 아예 못해도 훌륭한 기자가 된 선배의 예는 무궁무진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기업이고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응시생 여러분께서 처음 동아일보 건물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동아일보 사람들과 완전히 헤어질 때까지 여러분에 대한 평가는 쉼 없이 계속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기실에서 하는 농담이나 버스 안에서 다른 응시생과 나누는 대화까지 모두 평가의 대상입니다. 평가와 평가 아닌 때를 구분하는 사람보다는 늘 꾸준하게 편안한 사람이 좋은 인상을 주게 마련입니다. 
모두 성공하세요. 마지막 관문을 거친 무림 최고의 고수들을 현장에서 곧 만나 뵙고 싶습니다. 


[자료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