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부문 편집3팀 이유진 기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한겨레 기자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꿈만 보고 걷다보니 어느새 3년이 훌쩍 지나있었다. 힘이 들 때마다 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떠올렸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현실의 나는 초라한 장수생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품은 뜻마저 초라할 순 없었다.

언젠가는 참언론의 기자가 되어 비틀린 한국 언론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놓치지 않았다.

 거듭되는 탈락의 경험도, 지겨운 백수 생활도 그 생각만큼은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리고 정말 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는 이제 한.겨.레.기.자.다.  “달콤, 살벌한 한겨레”  입사 후 들었던 최고의 축하는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언론사에 갔구나”라는 말이었다.

 합격의 기쁨은 정말 달콤했다. 하루 정도는 말이다. 입사 전 마지막 주말을 신나게 즐기리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한겨레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함이 나를 짓눌렀다.

권력을 감시하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론의 ‘正道’를 걷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한겨레 기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기자들보다 조금 더 살벌한 현실 속에 뛰어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이 ‘달콤 살벌한’ 기분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두렵냐고? 아니, 나는 두렵지 않다.

 선배들이 이미 걸어온 길이다. 동기들과 내가 함께 걸어갈 길이고, 더 크게는 국민들과 함께 걸을 길이다.

 그런데 무엇이 두려우랴.  “불편하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마음에 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이병률 시인의 이 글귀를 좋아한다.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때도, 기자가 된 지금도 이 글귀는 유효하다.

내가 불편하고, 내가 고민해야 기사를 쓸 수 있다. 그게 기자가 해야 할 일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아프고 괴롭고 싶다. 그래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이 글을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만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출처] 한겨레신문 입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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