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은 세종걀러리 큐레이터 “꼭,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면접장을 나서는 구직자의 인사말 치고는 별나다. 그러나 서슴없이 튀어나온 인사말 뒤에는 100대1의 경쟁률을 뚫게 만든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초보 큐레이터 현지은씨(22). 세종호텔 세종갤러리 큐레이터라는 직함을 단지 1개월. 유학파와 석·박사 출신을 제치고 취업에 성공한 데는 가녀린 외모와 다른 적극적 성격이 한몫했다.

큐레이터는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고 기획?홍보하는 직업. 숙명여대 회화과 졸업반인 현씨는 다양한 경력을 쌓아 이력서를 빛낸 열성파다. 면접관들조차 “당찬 말투와 다양한 경력 때문에 뽑지 않을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그렇다면 그녀에겐 어떤 경력이 있었을까? 지난해 9월 영국 켄트예술디자인학교 1기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6개월간 서양화를 공부하고 돌아온 것이 그녀의 이력서 첫 줄. 시간나는대로 영국과 프랑스의 갤러리를 돌며 다양한 시각으로 미술을 접했다. 화가에서 큐레이터로 목표를 수정한 것도 바로 이 때. 이력서 둘째 줄은 학창시절 매진한 사진동아리와 회화학회의 다양한 교내활동이 적혀 있다. 덕분에 학회장으로 리더십을 기르면서 부드러운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 또한 큐레이터의 기본자질 중 하나. 이력서 셋째 줄은 귀국 직후 교내 문신아트갤러리에서 6개월간 쌓은 행정 인턴큐레이터 경험. 경력이 중시되는 업계 특성상 이는 면접시 중요한 가산점이 됐다. 올 여름에는 친구 2명과 팀을 결성,교내 밀레니엄장학금을 획득해 해외 8개 미술대학 탐방에 나서기도 했다. 유일한 자격증은 99년 미국 여행 중 취득한 해외 운전면허증. “사물에 대한 흥미가 성격을 변화시켰다”는 현씨. 대형 갤러리가 아닌 호텔 내 갤러리를 택한 것도 유럽에서 배워 온 ‘생활속 미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유럽에서는 오르세이나 피카소같은 대형 미술관 보다 소도시 군소 미술관이 작품과 관객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 현씨는 “우리 예술문화를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다”며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 박은경 LG유통 직영팀 사원

대학시절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편의점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과 술자리 유혹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지만 오직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매진,대기업 입사의 꿈을 이룬 여성이 있다.

LG유통 직영팀에 근무하는 박은경씨(25). 올 7월 3·4분기 수시 채용에 합격,입사 4개월을 갓 넘긴 새내기 '직딩'이다. 게다가 동기생 30여명 중 2명에 불과한 여성. 아르바이트에서 점장으로 변신했지만 궂은 일이 널려 있는 유통현장에서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대학 2학년 때인 97년,신림동의 한 편의점에서 파트타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근무할 만큼 성실하게 일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천직이냐,이러다 편의점에 뼈 묻겠구나"라고 말하는 남자친구의 핀잔에 박씨는 아르바이트 시간에 맞춰 점포까지 걸어가는 것으로 데이트를 대신했다. 경영학도였던 박씨 자신도 "세상을 살아가며 배워야할 모든 것을 편의점에서 배웠다"고 말할 정도. 쓰레기통 주변 라면국물을 닦고 스프레이를 뿌려가며 선반을 청소하던 일,담배입고를 직매입이 아닌 POS현금매입으로 계산해 점포장에게 호되게 욕먹던 일 등 모두 추억으로 남아 있다.

대학졸업과 함께 벤처기업에 입사한 박씨. 편의점에서 잔뼈가 굵은 터였기에 편안한 사무실 근무는 왠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때마침 나온 유통업체 채용공고. 면접에서 2년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을 설명하자 면접관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면접관 중 한 명은 그녀가 근무했던 신림동 편의점의 지역 관리자였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터졌고 그녀의 생생한 현장경험은 면접관들로부터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가끔씩 "여성이 힘든 유통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쓸데없는(?) 질문도 받았지만 특유의 순발력으로 이를 넘겨버렸다. 결과는 합격. 특별한 자격증이나 높은 영어점수 없이도 대기업 입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라면 국물통의 특유한 냄새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박씨는 "자신만의 취업전략을 세워보라"며 미소지었다.



[자료출처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