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나오면 취직은 저절로 되는 줄 알았죠."

올해 한 케이블TV 업체에 입사하는 데 성공한 장혜진 씨(23)는 막상 취업을 해 야겠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취업문'은 그저 열면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고 말했다. 뒤늦은 취업준비로 원서만 100여 통을 쓴 뒤 막심한 후회를 했다는 장 씨에게서 취업성공담을 들어본다.

최근에는 누구나 대학 졸업반이 되면 '취업'이란 두 글자로 인해 엄청난 스트 레스에 시달린다.

나 역시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해야만 했다. 무역학과 언론홍보학을 복수전공한 나는 4학년 1학기가 되어서야 졸업 후 진로 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졸업을 한 학 기 앞두고서야 본격적인 취업 대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동시에 취업경쟁에서 탈락해 침울해 있는 많은 친구들을 접하면서 사태의 심각 성을 깨달았다. 너무 불안한 마음에 직종 따지지 않고 희망했던 대기업에서부 터 이름을 들어 알 수 있을 만한 기업에는 무조건 입사원서를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서 작성한 원서만 100통이 넘는다. 문제는 면접까지 본 곳은 고작 5 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모두 탈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더 슬픈 것은 탈락 한 직종이 당초 원했던 분야가 아닌 단순 비서직이란 사실이었다.

비로소 '취업준비에 너무 소홀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나는 취업을 위해 그야말로 정신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선배와 얘기를 할 때도 내 입에서는 '취업'에 관한 말만 튀어나왔다. 그 때마다 새삼 발견한 것은 그 흔한 자격증이나 '토익' 등에 소 홀했고 저학년 때부터 준비한 친구들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자화상이었다 . 내세울 만한 것은 고작 일본어능력시험 3급 자격증 하나뿐이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취업이 되는 줄로만 알았던 나로선 충격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취업을 하는 것을 본 후엔 자신감마저 잃어갔다.

그 후 심적 고통 때문인지 두통약과 소화제를 늘 달고 살았고, 집안에 틀어박 혀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 나는 취업이 아닌 자신과 한판승부를 결심하고 평소 관심을 가 졌던 방송관련 분야를 새로운 목표로 정하면서 차츰 정신을 되찾았던 것 같다.

막상 새로운 결심을 하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머리 속이 차차 정리되기 시작했다. 방송은 무엇이고 방송인이 갖춰야 할 조건과 길 등 방송관련 직종에 대한 정보를 수 없이 모으기 시작했다. 방송경험이 전혀 없었던 나는 일단 방송아카데미 에 눈을 돌렸다.

4개월짜리 방송전문 진행자 과정은 내게 희망을 안겨주는 듯했다. 그러나 수료 후에 또 다른 장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당시 방송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당연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만심에 차있었던 것이 낭패였다.

현실은 역시 냉혹했다. 방송 분야 채용공고를 보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이력서 를 제출했지만 결과는 100% 탈락. 일반 기업에 비해 더 힘들었다. 두 번째 맛 봐야만 했던 시련. 우연히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되찾은 자신감마저 사라져 갔다.

이런 와중에 불합격 이유를 곱씹어 보니 어린아이 같은 내 말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투를 교정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감을 갖자'고 되뇌 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말투 교정과 자신감 키우기 외에 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나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던 사람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도 하고, 고민도 나누면서 오로지 한 곳만을 바라보며 실력키우기 에 전념했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타기 위해 공부했던 때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노력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진짜 죽기살기로 매달렸다. 덕분에 운이 따랐는지 현재 나는 케이블TV 방송국에서 퀴즈관련 생방송 진행을 맡고 있다. 죽기살기로 취업준비를 하면서 항상 앞을 바라보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 는 사람만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절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