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공부를 안하고도 합격하는 언론고시로 바꾸자"
작년 8월 제가 조선일보에 합격하자, 대부분 고시공부를 하고 있던 제 친구들은 이렇게 농반진반의 '축하인사'를 던졌습니다. 행정고시에서 언론고시로 방향전환을 한지 2개월 만에 거둔 '쾌거(快擧)'에, 주위 사람들은 물론 제 자신도 어리둥절할 정도였습니다. 남들처럼 '고시공부' 하듯 언론사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소 특출난 문재(文才)나 공력(功力)을 자랑한 적도 없으니까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부 기동팀에서 뛰고 있는 41기 윤슬기입니다. 먼저 조선일보 기자라는 만만치 않은 길을 선택한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참 걱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서 눈치채셨겠지만, 제겐 "나는 이렇게 공부해서 조선일보에 들어왔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제 글을 읽고 나서 '아, 이렇게도 붙는구나'라고 자신감과 희망을 얻으신다면 좋겠네요.

응시자들의 첫 관문은 서류전형입니다. 자기 소개서가 핵심이죠. '저는 몇년도 어디서 ?남?녀 중 몇번째로 태어났고---." 식의 일대기성 소개는 '꽝'입니다. 시험관들이 수백장이나 되는 자기 소개서를 꼼꼼히 정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사도 그렇지만 처음 몇 문장에서 독자(讀者)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선일보 기자를 지망하게 된 이유, 소신과 함께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본인만의 자질, 경력, 성장 과정 등을 진솔하게 펼쳐보이면 될 것입니다. 요즘엔 자기 소개서를 대필에 맡기는 취업 준비생들도 있다고 합니다만, 다른 곳은 몰라도 평생 글과 씨름해 온 '전문 글쟁이'들에겐 통하지 않을 얘기겠죠?

필기시험은 국어와 영어 2과목입니다. 상식 시험은 없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조선일보 국어 시험은 한자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당시 제 한자 실력은 신문에 나오는 한자를 무리없이 읽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막막했지만 일단 빈칸은 남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게 맞든 틀리든 모두 적어냈습니다. 조선일보 시험이라면 한자를 먼저 떠올리고 부담을 갖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 같은데, 경험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신문에 나오는 한자 정도를 읽고 쓰는 실력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웬만한 옥편에는 나오지도 않는 어려운 한자들은 찾을 수 없었고,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는 상용 한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영어 시험은 독해, 어휘, 작문 등의 내용입니다. 유형과 수준은 고시 영어나 대학원 입학 시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시사적인 단어나, 언론과 관련 있는 표현은 숙지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영자 신문과 조선일보 영어판을 참고로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필기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입사 시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문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완결된 구조의 글을 써내는 것이 이 시험의 관건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평소에 쌓아둔 풍부한 독서량과 다방면에 걸친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물론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게 하루 아침에 닦을 수 있는 실력은 아니죠.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에겐, 어떠한 주제를 놓고 주어진 시간 안에 글을 쓰는 연습을 할 것을 권합니다. 근사한 문장이나 표현을 보면 틈틈이 암기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개인마다 고유의 글쓰기 스타일이 있겠지만, 문장은 되도록 짧고 간결한 것이 좋고 수동태 표현은 삼가시길 바랍니다. 막막한 주제에, 시간은 촉박한데 주위 사람들은 일필휘지로 쓰는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 한번 자신감을 잃고 헤매면 '끝'입니다. 배짱을 갖고 끝까지 침착하세요. '말 되게 써내면' 합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년 작문 시험의 주제는 '격(格)'이었습니다. 시험관이 화이트 보드에 큰 글자로 '격'을 쓰는데, 저는 그게 제일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글자가 보이나 보려고 시험용으로 그냥 쓰는 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을 알고 나서 무척 당황했지만, 순간 머리에 떠오른 라틴어의 까다로운 격변화를 소재로 글을 풀어나갔습니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글이었는지 지금은 자신이 없지만, 글의 흐름이 영 어색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자평합니다.

이제 '면접'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남았습니다. 참고로 41기의 경우 면접 경쟁률이 3대 1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면접실 안으로 들어가면, 기라성 같은 언론계 대선배들이 원탁에 빙 둘러앉아 당신에게 질문을 퍼붓습니다. 그 분위기에 위축돼서도 안되지만, 불필요하게 '오버'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소개서와 1차, 2차 시험 결과를 면접 참고 자료로 쓰고 있으니, 질문 내용도 개인마다 대략 예상해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면접 역시 왕도(王道)란 없겠지만, 무엇보다 당당한 자세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자, 면접을 무사히 통과한 당신은 이제 조선일보 42기 ???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당신 앞엔 험난한 고비들이 무수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곧 만나뵙는 그날까지, 몸과 마음 튼튼히 다져놓으시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