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취업난을 뚫기 위한 구직자들의 마음고생이 심한 요즘이다. 최근 불리한 여건을 딛고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병들을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기업은행 들어간 김경자씨(단국대졸)
토론때 남 포용하자 회사서 반해,“대학생활 내내 꾸준하게 취업 준비를 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작은 차이가 당락을 결정하잖아요.”
올해 기업은행 공채에 뽑힌 김경자(23)씨. 그녀는 “대학 때 성실하게 생활했던 점과 입사전형 때 보여준 남을 포용하는 태도가 좋은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객관적 조건만 놓고 보면 남에게 뒤질 것이 없었다.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녀의 성적은 4.5점 만점에 4.3점. 80여명의 동기생 중 수석이다. 특히 그녀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틈틈이 영어를 공부해, 취업 시즌을 앞두고는 토익(TOEIC) 점수가 900점을 넘었다. 특히 해외 영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해, 3학년 말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무역 영어 자격증도 땄다. 이런 그녀도 막상 직장을 구할 때가 되자 여러 차례 쓴맛을 봐야 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김씨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면접 때였죠. 면접관이 ‘결혼은 언제 할거냐’ ‘결혼하면 시어머니 반대로 회사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나’ 등을 묻더군요. 그 순간 떨어졌다는 것을 직감했죠.”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까지 오른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 절반 이상은 입사 원서만 냈을 뿐 회사 문턱도 못 밟았다. 김씨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일반 기업이 더욱 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취업 시즌 때 대기업과 은행을 동시에 두드렸다. 하지만 기업의 면접관은 여자가 해외영업은 힘들지 않겠냐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친언니가 근무하는 은행권에 더욱 기대를 걸었다.

“집단토론과 심층면접 때 나만의 전략을 갖고 있었어요. 남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주면서 내 의견을 내놓는 것이었죠. 은행은 톡톡 튀는 사람보다 남과 융화를 잘하는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김씨는 “학교 동기 중 아직 취업 안 된 친구들이 절반 정도”라면서 “취업하려는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면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용보증기금 입사 권혁우씨(충남대졸)
'특정 업무만 고집' 쓴맛 볼수도 “면접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모르면 모른다 하고, 아는 내용이면 자신 있게 말하는 자세 말입니다.”

올 하반기 신용보증기금에 입사한 권혁우(27)씨는 “몇 차례 입사 면접을 통해 얻은 결론”이라고 말했다. 작년 2월 충남대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한 권씨는 기업의 인력 수요가 많은 학과인 덕분인지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장애물은 있었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원하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운 좋게’ 한 회사에 취직은 됐다. 컴퓨터·전산 관련 일을 원했던 그는 그 이후 졸업 때까지 몇 차례 다른 직장을 두드렸지만 허탕만 쳤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지방대라는 이유 때문인지 서류전형도 통과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우회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일단 취직이 된 직장을 최근까지 1년 반 정도 다닌 뒤, 신용보증기금에 입사했다. 입사 후 그는 자신이 원했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학점이 ‘중상(中上)’ 정도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학창시절에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했다. 3학년 때는 과 학생회장도 맡았다. 이런 다양한 경험은 그가 면접 때 “공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권씨는 “입사 면접 때 ‘꼭 서울에서 근무하겠다’ ‘나는 영업쪽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자신을 한정 짓는 사람이 가장 이해가 안 됐다”면서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그런 사람은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