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g cancer(폐암) 몇 기 입니까?" 

"누가 Lung cancer래요?" "Pathology(병리과)에서 다 확인한 건데 왜 그러세요. Op(수술)는 가능한 상태 인가요?" 

3년전 의사 일을 접고 조선일보 기자로 출발한 첫 취재는 삼성 이건희 회장 암 투병설에 대한 확인 취재였습니다. 이 회장이 입원해 있다는 미국 텍사스의대 MD앤더슨 암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 고대병원에 있던 김철중 입니다" 

마침 그 병원에서 연수를 받던 선배와 간신히 연락이 됐습니다.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인데 무작정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건희 회장 방사선 치료 받았어요?" 나름으로 이 회장의 병세를 판단해 넘겨 짚은 것입니다. 

"그거 어떻게 알았니? 그런데 네가 그걸 왜 묻니?" 

"저, 지금 조선일보 기자예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이렇게 해서 이건희 회장이 폐암에 걸린 게 확인됐고, '이건희 회장 암투병설'을 가장 정확히 제일 먼저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전화취재하는 것도 어색한 상태에서 첫 취재 치고는 괜찮은 성과를 낸 셈입니다. 하지만 의사가 비밀로 하는 환자의 질병을 알아내는 게 의사 출신 기자의 첫 임무였으니 여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신문사로 직장을 옮긴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당연히 "의사가 뭐하러 기자가 됐어?"였습니다. 취재를 해야 할 기자가 취재를 당하는 일이 더 많았다고나 할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빠짐없이 물어보는 통에 모범답안을 준비해도 됐을텐데, 나는 그저 "기자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만 대답했습니다. 그게 정답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신문을 하루에 2~3시간을 읽었습니다. 부음기사까지 읽었으니 신문 중독증이었던 셈이지요. 어찌하다 의과대학에 간 뒤에도 신문 읽기는 나의 취미였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읽어야 뇌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 선수로 치면 '워밍 업'에 해당됐습니다. 나중에 언론대학원을 다니면서는 신문에 대한 중독이 좀더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제목을 왜 이렇게 달았을까 생각해보고, 어느 칼럼니스트가 글을 잘 쓰는 지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의사라는 직업보다 기자라는 직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기자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병원의 어느 교수 한 분은 "특정 분야 전문가가 신문사에서 설 자리가 있겠냐"며 "전문가는 할 일이 따로 있다"고 나의 선택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믿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3년 가까운 기자 생활을 한 결과, 감히 나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배경 지식 없이는 양질의 건강 뉴스와 적절한 의료 기사, 좋은 칼럼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매일 매일 깨닫습니다. 

비록 취재 과정에서 전문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그걸 해석하고 기사화 하는 데는 그 어느 분야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나는 의학이라는 자연과학을 배우면서 논리적 사고를 익히고, 통계학적인 의미, 실험을 통한 단계적 접근 방식을 익혔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지금 기자 생활의 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오히려 기자적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보다 더 기자답군" 

친구나 취재원 선배, 교수님들이 나에 대한 격려를 하기 위해 자주 쓰는 수사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과거의 기자상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나온 말입니다. 요즈음의 신문은 좀더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의 기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사는 과학입니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