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장 엿새째인 8월 30일. 세계육상선수권 경기장에서 이 글을 씁니다. 저 멀리서 옐레나 이신바예바 선수가 결승 도약을 시도합니다. 경기장에 꽉 들어찬 관중들의 함성에 쿵쾅거리며 가슴이 뜁니다. 안녕하세요. 수습기자 고현국입니다. 미래의 동아일보 기자를 꿈꾸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옆에서 함께 출장 온 동기인 김태웅 수습기자가 "제대로 찾아오셨구려"라고 꼭 좀 전해달랍니다.


  동아일보의 가족이 된 지 한 달. 풋내기 기자는 운 좋게 '현장'에 와 있습니다. 부정 출발로 실격당한 '번개' 우사인 볼트에게 직접 심경을 묻고, '장거리의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 선수에게 한국 장거리 육상이 나아갈 길을 들었습니다. 간밤에는 선수촌 인근 편의점에서 주한 케냐 대사님과 코치진을 우연히 만나 소맥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혼날 때도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멍하니 있다가 마구 웃음이 나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지금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좌충우돌 현장을 누비는 초보 수습입니다. 섣불리 "기자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또는 "나는 이렇게 기자가 되었다"를 논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동아일보의 가족이 되었다" 정도는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편이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포인트 세 개만 짚겠습니다.


1. 자기소개서, 첫 면접이자 전형의 전부

  최종 합격에 이르기까지 자기소개서에 관련한 질문을 몇 개나 받았는지 모릅니다. 실무평가기간 매일 이어지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까지 자소서는 끊임없이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명심하세요. 선배들은 여러분이 쓴 문장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들어옵니다. 자기소개서를 읽는 선배 모두가 노련한 기자들입니다. 저는 서류전형 마감 직전까지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과장이나 교만이 섞인 문장. 팩트 없이 대강 입에 발린 말로 얼버무린 문장. 지나친 겸손이 소극적인 태도로 비치는 문장을 찾아내 하나하나 솎아냈습니다. '나'라는 '사건'을 '팩트' 중심의 꽉 찬 '기사'로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여러분의 글에 과장이나 숨김이 없다면, 결과 또한 여러분을 속이지 않을 겁니다.


2. 필기, 붙는 논술과 튀는 작문

  동아일보의 논제는 당대의 큰 사안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비교적 평이한 편입니다. 그만큼 차별화가 힘듭니다. 올해 논제는 '포퓰리즘 정치의 폐해'였습니다. 저는 준비 과정에서 차별화를 위해 '수미상관'이 가능한 참신한 서론 쓰기에 집중했습니다. 글의 도입은 글의 방향과 끝맺음을 모두 결정합니다. '소셜 커머스'의 '반값 마케팅' 열풍과 '반값 복지'논쟁을 엮어 서론을 쓰고, '소셜 컨버젼스의 정치'로 결론을 묶었습니다. 때로 글의 서두를 생각하는데 하루 반나절이 걸리기도 했지만 고민을 오래 할수록 글은 나아졌습니다. 구체적인 논거들이 글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작문은 가장 자유로운 형식의 글쓰기입니다. 정답이 없는 만큼 자신감을 갖고 개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작문 주제는 '다문화'였습니다. 저는 언젠가 만화책 '맛의 달인'에서 읽은 내용에 착안해 '동아일보 문화부 고현국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썼습니다. 세계 신문 컨퍼런스에 참가한 각국 대표단을 위해 고현국 기자가 성공적인 만찬회 메뉴를 구성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종교 계율과 식습관, 금기에 대해 쓴 뒤 '고래 고기와 포경'에 대한 논란으로 마무리에 여운을 주었습니다. 틈틈이 재미로 읽었던 만화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책은 물론 만화, 영화, 음악, TV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평소 접하는 모든 것들이 작문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발상을 보여주세요.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은 기본이 되어야겠지요.


3. 면접과 실무평가, 밑바닥 드러나도 기본에 충실하게

  1차 면접과 이어지는 5일간의 실무평가는 지원자의 밑바닥을 훤히 드러냅니다. 어떤 난관에 부닥치더라도 '기본'만큼은 충실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의 인터뷰 평가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존의 방식과 달리 보도 자료를 배부하는 간담회 형식이었는데, 합격한 동기들의 기사를 살펴보니 모두들 '사실 전달'의 기본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실무평가까지 올라오면 지원자들의 실력은 엇비슷합니다. 섣불리 튀어보려 무리수를 두기보다 기본기에 바탕을 두면서 개성과 기교를 더하는 쪽이 옳다고 봅니다. 르포, 취재력 평가 등 이후의 모든 전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와서 느낀 동아일보는 지금 펄펄 끓는 용광로 같습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뜨거운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앞서 못 다한 이야기는 여러분과 정식으로 만날 때 나누겠습니다. 이 뜨거운 현장으로 뛰어들 여러분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출처] 동아미디어그룹